뇌전증은 뇌질환의 일종입니다. 뇌신경세포의 신호 이상으로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억제력이 약해져 흥분과 억제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조절 능력 상실로 발작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발작으로 감각, 행동, 근육 움직임 등이 통제되지 않는 상태를 뇌전증이라고 합니다.
종류에 따라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기도 하지만,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은 아닌 뇌전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치료실에서 보면 간혹 간질 발작, 영아연축등의 예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먼저 간질은 잘못된 용어는 아니지만 '이상행동', '귀신 들림?' 등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용어 자체의 낙인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2012년부터 병명을 '간질'에서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질발작보다는 뇌전증 발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아연축은 뇌전증 발작 중 하나인데 아기들에 있어 혼재되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뇌전증?
Epilepsy, Seizure 뇌전증은 전 연령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짧은 시간동안 뇌신경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방전으로 갑작스러운 경련,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이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질환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000명당 3.8명에서 발생하며 0~9세 소아기와 60세 이상의 노년기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2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3/4를 차지하며 출생 후 4세까지가 30%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원인은?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은 뇌와 척수의 중추신경계 손상의 모든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미숙아
- 분만 중 뇌손상, 분만질식 등 HIE 저산소 혀혈성 뇌병변
- 뇌염, 뇌수막염
- 뇌종양
- 뇌혈관기형(모야모야병)
- 뇌졸중
- 교통사고로 인한 뇌손상
- 특발성(원인을 알 수 없음)
연령에 따른 뇌전증 발작 원인
- 출생 ~ 6개월 : 분만 전후의 손상, 뇌의 발달 이상, 선천성 기형, 중추신경계 급성 감염
- 6개월 ~ 24개월 : 급성 열성 경련(열경기), 중추신경계 급성 감염, 분만 전후 손상, 뇌의 발달 이상
- 2 ~ 6세 : 중추신경계 급성 감염, 특발성(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뇌종양
- 6 ~ 16세 : 특발성,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 성인 : 뇌의 외상, 감염, 뇌종양, 뇌졸중
열성 경련(열경기)도 뇌전증?
열성 경련, 엄마들이 흔히 말씀하시는 열경기는 생후 6개월에서 만 2세 사이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열이 나는 첫 날 열이 오르면서 의식을 잃고 양 팔다리에서 뻣뻣하게 힘을 주는 양상을 말합니다. 보통 열경기를 뇌전증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뇌전증이 아니며 나이가 들어 3, 4세가 되면 더 이상 열경기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열경기는 보통 5분 이내 경련이 멈추고 의식이 회복되는데 만약 5분 이상 지속될 경우 119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응급실에서 빠른 조치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5세가 지났는데도 열이 날 때마다 열성 경련, 열경기가 나타난다면 소아과 진료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뇌전증 발작의 분류
뇌전증 발작은 크게 국소발작과 전신발작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국소발작은 대뇌피질의 일부에서 시작하는 발작으로 스스로의 상태나 주변 상황을 인지하느냐와 그렇지 않느냐로 나누고, 전신발작은 뇌의 광범위한 부위에서 동시에 양측이 대칭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소 발작 Focal type
의식 있는 국소 발작(Simple partial seizure, 단순 부분발작) : 발작을 하는 동안 감각이나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 감각의 변화 인지 : 맛, 냄새, 소리
- 감정의 변화 : 발작이 올 때 느낌
- 통제되지 않는 팔이나 다리의 급격한 움직임(jerky movement)
- 번쩍이는 불빛을 보거나 현기증을 느낌
의식이 없는 국소 발작 (Complex partial seizure, 복합 부분발작) : 발작을 하는 동안 의식을 잃는 상태를 말합니다.
- Staring into space 멍한 상태
- 눈 깜빡임
- 오물거리며 반복되는 씹는 동작(입 안에 아무것도 없음)
- 원을 그리며 걷는 행동
- 손 문지르기, 손가락 동작 등 반복적 움직임("자동증"이라고도 함)
이차성 전신발작
국소 발작은 말 그대로 한쪽 뇌에서 시작되어 경우에 따라 다른 쪽 뇌까지 퍼져 전신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이차성 전신발작이라 하며 다음 증상들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 넘어지거나 쓰러지고 얼굴 청색증이 생김
- 방광 조절기능을 상실하여 소변을 지림
- 혀를 깨무는 증세
- 팔다리가 떨리는 증세
전신 발작 Generalized type
뇌 양쪽에서 동시에 발생하여 광범위하게 뇌 세포망에 영향을 미칩니다.
- 결석 발작 Abscence seizure : 하던 행동을 갑자기 중단하고 멍하게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상, 눈 깜빡임, 씹는 동작, 반복적인 손동작 등의 증상이 10초 미만으로 지속되는 발작으로 주로 어린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말하는 '멍 때리는' 행동과 비슷하기 때문에 부모, 가족에 의한 질환의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긴장 발작 Tonic seizure : Tonic 긴장도가 있는 이란 뜻으로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면서 팔과 다리, 몸등 전신의 긴장도가 증가되어 뻣뻣해지고 넘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무긴장 발작 Atonic seizure : Atonic에서 'A'는 '없다'라는 뜻으로 긴장 발작의 반대, 긴장도가 없는 발작을 말합니다. 근육의 긴장이 갑자기 소실되어 길을 걷다 넘어지고, 머리를 반복적으로 바닥에 부딪히게 되는 발작의 형태로 머리나 얼굴에 외상이 많은 특징이 있으며 Lennox-Gastaut Syndrome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간대성 발작 Clonic seizure : 몇 초에서 1분 동안 머리, 목, 팔 등에서 반복적으로 확 움직이는 동작(repeated jerkey movements)이 나타납니다.
- 긴장-간대 발작 Tonic-clonic seizure : 이는 긴장도가 높아지는 긴장 발작과 반복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간대성 발작이 같이 나타나는 것으로 대발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발작 초기부터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 청색증, 근육의 지속적인 수축이 나타나며 몸을 떠는 특징이 있고 혀를 깨물고, 침을 흘리고, 방광 조절 상실로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 있습니다.
- 근막 발작 Myoclonic seizure : 이 유형은 Myo '근육의' Clonic '확 움직임'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짧게 나타나는 근육의 떨림을 말합니다.
- 연축 발작 (aka. 영아 연축) : 짧은 기간 지속되는 갑작스러운 근수축으로 긴장 발작(Tonic seizure)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머리, 몸통, 팔과 다리에서 일시에 굽혀지거나 펴지면서(Jack knife) 혹은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발작의 증상을 말합니다. 주로 잠들 무렵이나 잠에서 깨어날 때 발생하며 Opisthotonous 후궁반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영유아기 연축 발작(영아 연축)이 발생하면 아이는 현재까지의 발달을 잃어버리거나 새로운 발달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영아기 이후에도 나타나기 때문에 '영아 연축'이 아닌 '연축 발작'으로 부르고 있으며 환자가 나이가 들면서(2 ~ 6세) Lennox-Gastaut Syndrome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뇌전증의 진단을 위한 검사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병력청취가 기본입니다.
이후 뇌파검사, MRI 등을 시행하고 비디오 뇌파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 소아 환자의 경우 뇌전증 발작을 보일 때 영상으로 찍어놓으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막상 뇌파검사나 MRI 등을 찍었을 때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뇌전증의 치료
약물치료
2회 이상 뇌전증 발작이 나타나는 경우 항발작제를 통한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의 60% 이상은 발작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약 20% 정도는 수개월에 한번 정도의 드문 발작을 보입니다.
항발작제는 발작의 빈도나 강도를 감소시키거나 발작을 방지함으로써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치료입니다. 한 번 복용이 시작되면 최소 2년 동안 지속하며 치료 중 재발하지 않고 정기적인 뇌파 소견에도 이상이 없다면 약물의 용량을 서서히 줄여갑니다.
간혹 아이 보호자분들께서 아이들이 많이 쳐지고 잠을 많이 잔다고 항발작제를 임의로 줄이거나 먹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발작이 재발하거나 더욱 심해질 수 있으니 처방된 용량을 지켜야 합니다.
뇌전증 수술
- 국소적 뇌피질 절제술 : 뇌전증 발생 부위가 절제 가능한 뇌부위인 경우 가능함.
- 뇌전증로 차단술(뇌량 절제술) : 갑작스러운 전신성 경련이 문제 되는 경우 좌우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을 수술적으로 절단하여 전달 통로를 차단하는 수술로 전신성 뇌전증을 없앨 수는 있지만 국소적 뇌전증은 남습니다.
미주신경 자극술
10번 뇌신경은 미주신경은 뇌의 여러 영역과 연결되어 있어 특수한 전기자극 시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술을 통해 전기자극 발생기와 미주신경 자극을 위한 전극을 체내에 삽입하여 지속적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해 발작을 줄이게 됩니다.
케톤 식이요법 Ketogenic diet
환아에게 몸의 에너지를 만드는 당성분을 완전히 소진시킨 후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이는 식이 조절 방법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키토 다이어트', '저탄고지'의 유래입니다. 에너지원을 당이 아닌 지방에서 얻는 방법으로 몸을 케토시스 상태로 만들고 이로 인해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방법입니다.
뇌전증 발작시 대처
특히 소아 환자들의 경우 뇌전증 발작시 아이를 누르거나 팔다리를 고정하는 경우, 손끝과 발끝을 바늘로 따는 등의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보다는 호흡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작이 멈출 때까지 2차적인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발작 중인 환자를 누르거나 팔다리를 억지로 붙잡지 않도록 합니다.
- 숨쉬기 편하게 목 주면을 풀어주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합니다.
- 환자를 옆으로 눕혀 기도가 막히지 않게, 토사물이 입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합니다.
-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억지로 벌리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손가락, 발가락을 바늘로 찌르거나 따는 행위는 삼가 주세요.
- 비상약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 폐색을 일으킬 수 있으니 기다려 주세요
- 발작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대기하여 2차적인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뇌전증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수 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응급실로 바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수회 이상 발작이 반복되거나 의식 회복 없이 5분 이상 지속되면 뇌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 ▼ ▼
분만질식, HIE 저산소 허혈성 뇌병증
모야모야병, 뇌전증
기관지절개술? 목관? 가정에서 교체하기
키토제닉 다이어트
이상으로 소아 뇌전증, 간질, 영아 연축, 열경기 등에 대한 내용과
원인, 분류, 관리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뇌전증에도 다양한 분류와 증상이 있는 만큼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약물 복용으로 완화되길 기원합니다.
아는 것이 힘!!
'건강 의학 관련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생아 패혈증? 미숙아, 남아에게 위험!! (10) | 2023.10.27 |
---|---|
심폐소생술. 1세 미만 영아(기관지절개술 포함) (11) | 2023.10.26 |
뇌졸중과 심장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6가지 방법 (14) | 2023.10.24 |
기관지절개술? 목관? 가정에서 교체하기!! (9) | 2023.10.23 |
분만질식? 저산소 허혈성 뇌병증? (30) | 2023.10.22 |